나의 이중성 |
얼마 전 비행기 화장실을 깨끗이 청소한 경험을 새벽편지 글로 써서 내보낸 적이 있습니다 다음 사람을 위해서 바닥청소까지 하려다가 스튜어디스가 도리어 미안해 할까봐 나름 배려심으로 그냥 나왔던 그 일...
그런데 말입니다 이번에는 스스로의 이중적인 모습에 많이 놀랐습니다 이유인즉, 재외한인구조단의 일로 다시 비행기를 타게 되었고 자연스레 화장실을 찾았습니다
볼일을 보려는데 왼쪽 발에 화장지가 밟혀 있었습니다 이 화장지를 신발에서 제거하려고 발을 들었다가 차며 떨어뜨리려 애썼습니다
그런데 화장지의 무게가 너무 가벼워 발에서 떨어지지 않는 겁니다 화장지가 어찌나 착 붙어버렸는지요 왼발차기를 수차례...
그냥 볼일을 끝내고나서 발아래를 다시 보니 그렇게 안 떨어지던 화장지 조각이 어느새 떨어져서 태연하게, 바닥에 쉬듯 편안히 누워 있는 게 아닙니까?
순간 화딱지가 나서 화장지를 밀어 차버렸습니다 화장지에게 복수를 해서인지 속이 좀 풀렸습니다 그러던 순간! 지난번에 쓴 글이 생각이 났습니다
배려심과 세심한 마음으로 행했던 것에 스스로도, 독자들도 많은 감동을 받았었는데...
지금의 복수 행동은 완전 이중인격 그대로였습니다
화장지는 구석으로 처박혀 보이지도 않았고 화풀이도 한 김에 그냥 나오려 했습니다만, .... 뭔가 찜찜했습니다
마지못해 허리를 수그려 잠시 원수(?)였던 화장지 조각을 집어 결국 휴지통에 넣고 나왔습니다
평소 누구나 지니고 있는 이중 마음! 함께 지니고 있는 다른 한 마음을 만났습니다
시원찮았지만 그나마 할 일은 한 것 같아 다음 일에 지장은 받지 않을 것 같습니다 ^^
- 소 천 -
삶 속에 존재하는 두 가지 마음! 팍팍한 메마름에 촉촉한 단비를 내릴 수 있는 건... 언제나 내 자신 뿐입니다^^
출처:사랑밭새벽편지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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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osted by 광박사(1)